- 필터버블은 알고리즘으로 인해 비슷한 생각과 관점 안에 갇히면서 버블 바깥의 타인을 이해하려는 시도 자체가 줄어드는 현상입니다.
- 직장인들에게 깊이 있는 1:1 대화는 가장 빈도가 낮은 소통 방식으로 오피스 안에서도 서로의 버블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을 수 있습니다.
- 오피스는 다양한 사람들이 물리적으로 마주하는 공간으로 버블을 넘어서는 소통의 조건을 설계할 수 있는 가장 유리한 장치입니다.
퍼플식스 스튜디오 사무환경연구팀은 지난 1년간 국내외 오피스 트렌드를 살피며 변화의 흐름을 추적해왔습니다. AI와 알고리즘의 확산으로, 우리는 점점 더 이해하기 쉽고 듣기 좋은 정보에만 노출되는 환경에 놓이게 되었고, 이는 ‘필터버블’이라는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오피스는 다양한 생각과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하나의 결과를 만들어내는 공간입니다. 더 좋은 성과를 위해서는 서로 다른 관점을 연결하고, 끊임없는 조율과 이해를 통해 일의 맥락이 조직 안에서 흐를 수 있어야 하죠. 퍼플식스 스튜디오는 이러한 변화 속에서 오피스를 재해석하고, ‘소통 중심 오피스’에 대한 인사이트를 이번 글을 통해 공유하고자 합니다.
버블 속에만 머무르면 안되는 이유
필터버블 Filter Bubble 은 엘리 프레이저의 저서 『생각 조종자들』에서 처음 등장한 개념입니다. 알고리즘에 의해 개인의 관심사에 맞는 정보만 반복적으로 제공되면서 비슷한 생각과 관점 안에 머무르게 되는 현상을 의미하죠. 단순히 정보의 편향 그 자체가 문제는 아닙니다. 진짜 문제는 버블이 두터워질수록, 버블 바깥에 있는 다른 생각과 시각을 만날 기회가 점점 사라지고, 결국 타인을 이해하려는 시도 자체가 줄어들 수 있다는 점입니다.

비록 필터버블은 알고리즘과 관련해 주로 언급되는 개념이지만 비슷한 생각에 갇힐수록 나와 다른 생각을 피하게 되는 현상은 일상 속에서도 충분히 나타날 수 있습니다. 특히 오피스에서 필터버블은 더욱 치명적입니다. 업무 과정에서 나와 생각, 가치관이 비슷한 사람들과의 소통만 반복될수록 버블은 두터워지고, 버블 바깥의 관점을 만날 기회는 점점 줄어듭니다. 그 결과, 위험 요소와 새로운 기회를 놓치게 되며 소통은 각자의 생각만 오가는 평행선 위의 대화로 흐르게 됩니다. 업무의 결과 역시 한정된 관점 안에서 만들어지죠. 오피스에서의 필터버블은 단순한 소통의 문제를 넘어 조직의 생산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지금 필터버블에서 자유로울까?
알고리즘이 지배하는 온라인 공간과 달리 오피스는 사람들이 직접 마주하는 오프라인 공간입니다. 좋든 싫든, 나와 같을 수도 다를 수도 있는 사람들을 복도에서, 라운지에서, 회의실에서 마주하게 되는 공간이죠. 따라서 오피스는 본래 필터버블에서 벗어나기에 더 유리한 조건을 갖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오피스에서 일하는 직장인들은 정말 필터버블로부터 자유로운 상태에 있을까요?
이에 대한 단서를 퍼플식스 스튜디오에서 진행한 직장인 인식 조사를 통해 살펴볼 수 있습니다.
① 상대가 누구든, 1:1 깊은 대화는 어렵다
조사에 따르면 업무에 대한 고민이나 판단의 맥락을 나누는 1:1 대화는 전반적으로 다른 소통 유형에 비해 ‘자주 이루어진다’고 응답한 비율이 낮게 나타났습니다. 리더(33.9%), 팀원(45.9%), 팀원 외 구성원(45.3%) 등 소통 대상과 관계없이 모두 자유로운 논의나 편안한 스몰토크보다 낮은 수준입니다. 즉, 대부분의 직장인들에게 1:1 대화는 상대가 누구든 간에 쉽게 일어나기 어려운 소통 방식입니다.

1:1 대화는 정보 전달 이상으로 업무에 대한 고민과 판단의 맥락을 공유하는 대화입니다. 겉으로 드러난 이야기 너머의 생각과 배경을 이해할 수 있는 가장 밀도 높은 소통 방식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1:1 대화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은 조직 안에서 서로의 생각, 맥락 등을 실제로 이해하는 소통은 생각보다 적게 일어남을 의미합니다. 겉으로는 많은 대화가 이루어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대화가 서로의 생각과 맥락까지 닿지 못한다면, 우리는 여전히 각자의 버블 안에서 말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② 1:1 대화 경험이 조직에서의 솔직함을 좌우한다.
1:1 대화가 부족하면 서로의 버블은 더욱 견고해질 수 있습니다. 직장인 인식 조사에서 깊이 있는 1:1 대화를 자주 하지 않는 집단은 구성원이 조직 내에서 솔직하게 말하고 있지 않다고 느끼는 응답자 비율이 41.1%로 더 높게 나타났습니다.

이는 1:1 대화가 부족한 조직일수록 서로의 생각과 관점을 솔직하게 드러내며 방향을 맞춰가기보다, 각자의 버블을 건드리지 않는 '안전한 선' 안에서 협업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소통은 서로의 다름 속에서 시너지를 만드는 과정이 아니라, 다름을 넘어서지 않은 채 안전한 말만 주고받는 방향으로 좁아지죠. 결국 각자의 버블은 그대로인 채, 서로의 생각과 맥락은 충분히 닿지 못합니다.
반대로, 깊이 있는 1:1 대화를 자주 나누는 집단에서는 분위기가 확연히 다르게 나타납니다. '솔직하게 말할 수 있다'고 느끼는 응답이 61.4%로 과반을 넘고, 그렇지 않다는 응답은 15.0%에 불과합니다. 이런 조직에서는 서로의 생각과 의견를 자유롭게 드러내고 다름을 충분히 이해하며 조율하는 대화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집니다. 소통이 단순한 의견 교환을 넘어 실제로 일을 앞으로 나아가게 만드는 수단이 되죠.
버블 너머, 서로에게 다가가는 오피스
앞서 언급했듯, 오피스는 좋든 싫든 서로 다른 사람들이 마주할 수밖에 없는 공간입니다. 버블 너머의 소통이 일어나기에는 본래 유리한 환경이죠. 다만, 단순히 마주침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앞선 조사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서로의 다름을 제대로 이해하는 대화는 쉽게 발생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결국 서로 다른 생각과 관점을 드러내고, 이를 조율하며 맞춰나갈 수 있는 ‘기회의 장’이 함께 마련되어야 비로소 버블을 넘어선 소통이 가능해집니다.

기회의 장을 마련하고자 하는 시도는 최근 오피스 공간의 변화에서도 드러납니다. 라운지 내에 파티션이나 가구 배치로 소규모 대화 공간을 구획하는 사례는 2020–2021년 26.5%에서 2024–2025년 50.7%로 크게 증가했습니다. 라운지를 우연한 만남의 공간으로만 활용하기보다 서로의 대화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의도적으로 만들어가는 시도이죠. 더 나아가, 깊이 있는 대화를 위한 물리적 조건을 설계함으로써 버블 너머의 소통을 실현하려는 흐름으로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라운지 내에 프라이빗 대화 공간이 적절히 마련된 환경일수록 팀원과의 1:1 대화를 자주 나눈다는 응답 비율도 높게 나타났습니다.
고유한 내러티브를 주고받아야 할 지금
수많은 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는 AI 시대, 단순히 진행 결과와 이슈를 공유하는 소통으로는 더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기 어렵습니다. 조금 불편하고 번거롭더라도 각자의 버블을 넘어 서로의 내면을 깊이 들여다보며 판단의 맥락을 나누는 소통이 필요하죠. 깊은 맥락, 즉 내러티브를 주고 받을 때 우리는 비로소 하나의 팀이 되어 진정한 시너지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각자가 쌓아온 경험치가 담긴 내러티브가 더 가치 있는 시대. 우리는 이를 '내러티브의 시대'라 부릅니다.
내러티브의 시대, 오피스가 어떻게 개인의 실행을 조직의 이야기와 성과로 연결하는지에 대한 더 많은 데이터 기반 분석과 인사이트는 2026 오피스 트렌드 리포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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