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search
2025 미국 네오콘 & 디자인데이즈에서 발견한 오피스 트렌드
2025.07.07

Windy City에서 읽은 오피스씬 변화의 바람

매년 6월 여름이 시작될 무렵이면, 미국 시카고에서는 오피스 트렌드를 알아볼 수 있는 행사가 열린다는 걸 알고 계셨나요? 바로 1969년부터 시작된 오랜 전통의 네오콘(NeoCon) 박람회와, 시카고의 성수동 같은 지역인 풀턴 마켓(Fulton Market)에서 열리는 디자인데이즈(Design Days)입니다. 두 전시는 매년 같은 시기에 열리는데요. 올해도 어김없이 오피스씬의 흐름과 트렌드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중요한 현장이었습니다.

네오콘(NeoCon)이 개최되는 더 마트(The Mart) ⓒNeoCon, Stephanie Beasley

네오콘은 전통적으로 더 마트(The Mart)라는 대형 전시장 중심의 박람회로 진행되어 왔습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디자인데이즈가 급부상하면서, 시카고 풀턴 마켓 일대에 브랜드들이 각자의 쇼룸을 중심으로 전시를 펼치는 양상이 강해졌습니다. 밀러 놀(MillerKnoll), 스틸케이스(Steelcase) 등 글로벌 브랜드들도 풀턴 마켓으로 자리를 옮기며, 전시의 무게 중심이 점차 네오콘에서 디자인데이즈로 옮겨가는 추세입니다.

올해는 특히 이 두 전시가 각자의 공간에서 펼쳐지면서도 관람객들이 시카고 시내를 가로질러 오가며 더 넓은 스케일과 스코프로 오피스 전반을 조망할 수 있게 된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전시 공간의 경계가 물리적으로 넓어진 만큼, 참여한 브랜드들의 정체성 역시 더욱 뚜렷하게 드러났습니다. 기능성과 디자인, 그리고 철학까지. 단순히 신제품을 보는 것을 넘어, 오피스를 구성하는 방식 자체를 새롭게 제안하는 브랜드들이 많았습니다.

디자인데이즈(Design Days)가 개최되는 풀턴 마켓(Fulton Market) ⓒDesign Days, Oetee

퍼플식스 스튜디오는 이번 현장을 관찰하며, 지금 우리가 마주한 오피스의 과제와 그 실마리를 찾고자 했습니다. 바람의 도시, 윈디 시티(Windy City)라는 별명답게 시카고 거리마다 시원한 바람이 불었는데요. 그 바람처럼, 올해 전시에서도 오피스 트렌드의 변화를 예감할 수 있었습니다.

세 가지 질문: 개방성, 몰입, 대화

이번 전시는 제품보다 더 큰 이야기, 즉 ‘오피스를 구성하는 새로운 방식’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었습니다. 브랜드들은 각기 다른 해석으로 일하는 사람들의 몰입, 소통, 팀워크를 위한 공간 전략을 제안하고 있었고, 그 속에서 지금 우리가 마주한 현실적인 고민들과도 맞닿아 있었습니다.

퍼플식스 스튜디오는 올해 다음의 질문들에 주목했습니다.

오피스를 구성하는 새로운 방식과 관련된 퍼플식스 스튜디오의 세 가지 질문

이 질문들은 단순한 유행이나 콘셉트의 차원을 넘어, 오피스를 구성하는 근본적인 기준을 다시 짚어보게 만듭니다. 그리고 우리는 네오콘과 디자인데이즈에서 마주한 수많은 장면들 속에서, 이 질문들에 대한 해답 또는 해답의 단서들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① 앞으로 오피스는 정말 더 열려야 하는가?

전시장 곳곳에서는 ‘경계’를 짓는 다양한 요소들이 등장했고, 이에 대한 새로운 해석도 함께 제시되고 있었습니다.

오피스라고 하면 요즘은 넓게 열려 있는 공간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지만, 오히려 이렇게 경계를 만들어주는 가구들이 있어야 구성원 각자가 편안하게 머물 수 있겠다는 점을 새삼 느꼈습니다.

예를 들어, 한 쇼룸에서 만난 소파는 등받이의 높이와 팔걸이 탈착 여부를 선택해 차폐의 정도를 다섯 단계로 나눌 수 있도록 디자인되어 있었습니다. 처음엔 ‘왜 이렇게 다 다르지?’ 하고 지나쳤다가, 누군가 그중 가장 높은 등받이에 기대어 앉아 있는 모습을 보고 깨달았습니다. ‘저 사람에게는 지금 저 높은 벽이 만들어주는 영역이 가장 편안한 장소가 되어주고 있구나!’

등받이 높이를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어서, 경계 짓는 정도를 여러 단계로 나누어 계획할 수 있는 소파 ⓒHightower

 식물과 결합된 파티션형 가구도 이번 전시에서 눈길을 끌었습니다. 사실 식물을 심거나 꽂아둘 수 있는 파티션이나 디바이더는 그동안도 많이 나왔지만, 올해는 높이와 폭이 훨씬 커져서 마치 작은 벽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전시장에서는 이런 가구들이 관람 동선 사이사이에 배치되어 있었는데, 그 뒤편에 앉아 있는 사람들을 보고 있자니 마치 작은 정원 속에 들어온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공간을 나누는 장치인데도 전혀 답답해 보이지 않았고, 오히려 편안하고 부드러운 인상을 주면서, 그 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들을 더욱 편안하게 감싸주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리고 적은 힘으로 가볍게 움직여, 마치 상황에 맞춰 ‘작은 벽’을 세우듯 우리만의 공간을 쉽게 만들 수 있는 다양한 아이템들도 눈에 띄었습니다.

플랜테리어 요소가 결합된 파티션을 통해 공간을 부드럽게 구획할 수 있다.
공간을 분리하는 파티션처럼 활용할 수 있는 양면형 선반장이나 높은 등받이의 소파

이런 경계 장치에서 ‘조절 가능함’과 ‘선택지’가 중요한 이유는, 사용자가 직접 열고 닫음을 선택할 수 있어야 비로소 공간이 연결의 여유를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요즘은 라운지나 업무 공간의 가구들도 이런 선택지를 더 많이 제공하도록 변화하고 있습니다. 모든 경계가 닫혀 있으면 고립되고, 모두 열려 있으면 부담스러워집니다. 각자가 자신에게 필요한 만큼의 경계를 세울 수 있을 때, 상대와의 거리도 조절할 수 있고, 더 안전하게 다가갈 수 있습니다.

많은 오피스들이 ‘열림’을 지향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진정한 가치는 ‘닫힘’을 얼마나 허용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이제 중요한 것은 모두에게 똑같이 열려 있는 공간이 아니라, 각자가 자신에게 맞는 거리와 리듬을 찾을 수 있는 여지를 주는 일입니다.


② 몰입은 왜 점점 더 작은 공간에서 이루어지는가?

‘몰입’을 돕는 작은 공간들에 대한 실험들도 눈에 많이 띄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트렌드를 단순히 ‘작은 방이 많아졌다’고만 설명할 수는 없었습니다. 이런 작은 공간들은 평소 자리보다 더 몰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어, 일하다 방해를 받아도 집중이 끊기지 않도록 설계되어 있었습니다. 다양한 업무 과정 속에서 잠시라도 혼자 깊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중요한지 많은 고객들이 느끼고 있고, 브랜드들도 이러한 니즈를 빠르게 파악해 1인용 포커스룸을 더욱 적극적으로 제안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1인이 몰입해서 일하는 데에 최적화된 포커스룸

쇼룸에서 본 한 브랜드의 1인용 포커스룸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부드러운 곡선의 외형이 세련된 느낌을 주었고, 내부는 조용해 곧바로 집중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조명 밝기를 손쉽게 조절할 수 있었고, 노트북 포트와 모니터가 갖춰져 있어 바로 작업을 이어가기에도 편리했습니다. 크지 않은 공간이었지만, 사용자가 무엇을 필요로 할지 미리 배려한 설계가 느껴졌습니다.

무엇보다도 이 작은 부스가 놓인 위치가 흥미로웠습니다. 팀 좌석과 협업 공간, 그리고 소셜 공간 사이의 동선 위에 배치되어 있어, 개인이 잠시 벗어나 깊이 집중하고 다시 팀으로 자연스럽게 돌아갈 수 있는 ‘몰입의 노드(Node)’ 역할을 하고 있었습니다. 단순히 ‘조용한 방’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팀의 영역 안에서도 개인의 몰입을 존중하면서 동시에 팀과의 연결감도 잃지 않도록 돕는, 그런 정교한 설계들이 전시 곳곳에서 포착되었습니다.

이번 전시를 보면서 다시 느꼈습니다. 몰입은 점점 더 작은 공간에서 이루어지고 있지만, 그 본질은 고립이 아니라, 집중이 끊기지 않고 이어지도록 돕는 데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③ 요즘 오피스, 대화는 어디에서 시작되는가?

회의실이나 라운지 바깥에서도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말을 주고받을 수 있을 것 같은 공간 배치들이 많이 보였습니다. 배치와 가구의 디자인을 보면서, 이런 자리들이 만들어낼 대화의 장면들이 상상되었습니다.

특히 눈길을 끈 것은, 네이버후드(Neighborhood) 공간이었습니다. 네이버후드는 개인 좌석과 협업 공간, 캐주얼한 대화 공간이 하나의 작은 동네처럼 묶여 있어, 팀 단위의 소통과 집중을 모두 지원하는 구조입니다. 고정 좌석과 함께 쓰는 테이블, 캐주얼한 회의용 가구가 하나의 단위처럼 배치되어 있었고, 그 주변에는 작은 바 테이블과 하이체어, 라운지 벤치가 이어져 있었습니다. 이런 배치를 보고 있자니, 팀원들이 잠시 나와 커피를 마시며 자연스럽게 말을 건네는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개인 업무와 협업이 일정 수준 구분된 단위 영역으로 제공되는 네이버후드 공간

복도 끝의 작은 벤치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앉아 있는 사람의 시야에 복도가 자연스럽게 들어오도록 놓여 있었고, 지나가는 동료와 눈이 마주치면 가볍게 말을 걸 수 있을 것 같은 자리였습니다.

이 장면들을 보면서, 우리가 직접 담당해온 오피스 프로젝트들이 떠올랐습니다. 자리를 옮기지 않고도 서로의 존재를 인지하고, 가볍게 인사를 건넬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늘 고민해왔기 때문입니다. 전시장에 배치된 좌석과 가구들을 보며, 우리가 해온 고민이 결국 이런 풍경을 향하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으로도 이런 순간들이 더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도록, 방법을 계속 찾아가야겠다고 느꼈습니다.

복도 끝에 배치된 벤치석과 작은 휴게공간. 이러한 접점 공간은, 동료와 자연스럽게 시선을 마주치거나 가벼운 대화를 시작할 수 있게 돕는다.

이러한 배치는 단순한 동선의 편리함을 넘어서, 사람들 사이에 작은 접점을 만들어주고, 그 접점이 대화의 시작점이 되어주었습니다. 일을 위한 대화라고 해서 꼭 회의실에서 시작될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지나치게 무겁지 않고, 서로를 인지할 수 있을 만큼 가까운 거리에서 말이 가볍게 흘러나올 수 있도록 설계된 자리에서, 필요한 소통이 더 자주 일어나곤 합니다.


사람을 바꾸는 오피스에서, 사람을 담는 오피스로

네오콘 & 디자인데이즈 2025에서 퍼플식스 스튜디오는 세 가지 변화를 읽었습니다.

경계는 차단이 아니라 각자가 편안함을 선택할 수 있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었고, 몰입은 고립이 아니라 흐름을 지켜주는 방향으로 다뤄지고 있었으며, 소통은 무겁게 모이는 것보다 가볍게 시작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드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네오콘 & 디자인데이즈 2025에서 퍼플식스 스튜디오가 읽은 세 가지 변화

세 가지 변화는 브랜드들이 단순히 새로운 제품을 선보이는 데 그치지 않고, 사람들이 공간 안에서 어떻게 편안함을 느끼고 사고를 이어가며 자연스럽게 소통할 수 있을지를 깊이 고민하고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이 흐름을 보면서, 공간은 더 이상 사람들에게 특정한 방식으로 일하라고 요구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신 각자의 리듬과 대화의 속도, 집중의 형태를 존중하며, 그 안에서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일들을 담아내고 있었습니다.

그런 고민들은 고객들을 만날 때마다 확인하게 됩니다. 사무환경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하는 이들은, 오피스가 단순히 일하는 공간을 넘어서야 한다고 말합니다. 구성원 개개인이 소속감과 심리적 안전감을 느끼고, 출근해야 할 이유를 발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개인의 업무를 충분히 지원하는 것은 기본이고, 직급에 상관없이 서로 밀접하게 대화하고 교류할 수 있는 자리도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네오콘 & 디자인데이즈 2025에서 본 변화들은 고객들의 고민과도 맞닿아 있었습니다. 전시장에서 마주한 장면 하나하나가, 우리가 매일 듣는 질문들과 이어져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으로 우리가 만들어갈 오피스에도, 이러한 흐름이 조금씩 스며들게 될 것입니다.

Editor
퍼플식스 스튜디오 백승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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