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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적 안전감: 심리적 안정감으로 오해하지 마세요
2025.07.22
3줄 요약
  • 심리적 안전감과 심리적 안정감은 비슷해 보여도 전혀 다른 개념입니다.
  • 안전감은 두려움을 줄이는 것, 안정감은 흔들림에서 회복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 우리 조직에 필요한 것을 정확히 진단해야 올바른 공간 솔루션을 설계할 수 있습니다.

안정감, 안전감? 비슷한 거 아닌가요?

요즘 ‘심리적 안전감psychological safety’이라는 말, 꽤 자주 들리죠. 조직문화 담당자라면 ‘수평적 조직문화를 만들려면 심리적 안전감이 먼저다’라는 말을 세미나, 아티클, 혹은 옆자리 선배의 조언을 통해 한두 번쯤은 접해보셨을 겁니다. 

‘심리적 안전감’은 하버드대 경영학 교수 에이미 에드먼슨Amy Admonson이 저서 『두려움 없는 조직Fearless Organization』에서 소개한 개념입니다. 아이디어나 질문, 우려, 실수를 말해도 처벌받거나 망신당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 즉, 두려움 없이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 상태를 뜻하죠.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심리적 안전감’이 ‘심리적 안정감stability’과 종종 혼용됩니다. 받침 하나 차이이다 보니, 두 개념을 같은 뜻으로 착각하기 쉽습니다. ‘안전’도 ‘안정’도 대체로 그냥 ‘편안한 분위기’ 쯤으로 받아들여지곤 하죠. 그래서 안전감을 이야기하면서도 사실은 안정감을 말하거나, 안정감을 원하면서도 ‘심리적 안전감’이라는 표현을 쓰는 일이 많습니다.

물론 두 개념 모두 조직에 중요합니다. 하지만 이 둘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면, 팀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쏟은 노력들이 구성원에게는 별다른 변화로 와닿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심리적 안전감과 심리적 안정감의 차이를 명확히 풀어보려 합니다. 이 작은 차이를 이해하는 일이 우리 조직의 현 상태를 정확히 바라보는 출발점이 될 수 있으니까요.


안전감과 안정감은 다르다.

‘심리적 안전감’과 ‘심리적 안정감’을 구분하려면, 먼저 각각의 정의를 정확히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정확한 뜻을 알아야 이 둘이 그냥 ‘편안한 분위기’ 쯤으로 뭉뚱그려 말할 수 있는 개념이 아니라는 것도 분명해지고, 각 개념이 무엇을 해결하려는 건지도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됩니다.

먼저 ‘안전’이라는 단어부터 살펴보겠습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안전을 ‘위험하거나 해를 입을 가능성이 없는 상태’라고 정의합니다. 따라서 안전은 외부로부터 나에게 닥쳐올 수 있는 위험을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오피스에서 구성원에게 위협은 대부분 관계 속에서 비롯된 긴장감에서 옵니다. 직급 차이에서 느끼는 눈치, 실수에 대한 두려움, 말 한마디가 어떻게 받아들여질지에 대한 불안 등이 여기에 해당하죠. 따라서 심리적 안전감을 위한 공간은 관계에서 비롯되는 긴장을 덜어내는 데 목적을 둬야 합니다. ‘말해도 괜찮다’는 믿음을 구성원 안에 만들어줄 수 있는 환경이 핵심입니다.

이번엔 ‘안정’이라는 단어를 살펴보겠습니다. 표준국어대사전은 이를 ‘흔들림 없이 일정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라고 정의합니다. 즉, 안정은 외부보다 내면의 흔들림을 가라앉히는 것이 주된 목표인 것이죠. 오피스에서 마음은 하루에도 몇 번씩 흔들립니다. 불안, 피로, 답답함이 뒤섞여 흐를 때, 우리는 내면의 균형을 회복할 여유를 필요로 합니다. 심리적 안정감을 위한 공간은 이처럼 소란스러운 내면을 진정시키는 데 목적이 맞춰져야 합니다.

심리적 안전감: 심리적 안정감으로 오해하지 마세요
긴장을 덜어내는 공간이 필요한 안전감
심리적 안전감: 심리적 안정감으로 오해하지 마세요
마음을 진정시키는 공간이 필요한 안정감

정리하자면, 심리적 안정감은 흔들린 마음을 가라앉히고 감정의 균형을 회복할 때 생겨납니다. 반면, 심리적 안전감은 말실수에 대한 불안, 타인의 시선, 위계에서 비롯된 긴장감처럼 관계 속에서 생기는 위협이 줄어들 때 형성됩니다. 그래서 심리적 안전감은 ‘타인과 마주하는 순간’을 어떻게 설계하느냐, 심리적 안정감은 ‘스스로와 마주하는 순간’을 어떻게 지지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이 차이는 각 개념이 필요로 하는 오피스 공간에서도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심리적 안전감이 필요할 때에는 솔직한 의견을 말할 수 있고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아도 되는 안전한 대면 공간이 필요합니다. 심리적 안정감이 필요할 때에는 조용히 혼자 진정할 수 있는 내면 회복 공간이 필요하죠. 안정과 안전. 단어는 닮았지만 작동 방식도 필요한 조건도 전혀 다릅니다. 그래서 이 두 개념을 혼동하면, 좋은 의도에도 불구하고 전혀 다른 결과로 이어질 수 있죠.

예를 들어, 심리적 ‘안전감’을 높이겠다며 업무 공간 곳곳에 식물을 배치했다고 가정해봅시다. 앞서 말했듯, 심리적 안전감은 외부로부터의 위협과 관련된 개념입니다. 그런데 식물이 많아졌다고 해서 부장님이 덜 무서워지는 건 아니죠. 식물 덕분에 내면의 동요를 진정시키는 안정적인 환경은 마련되었을지 몰라도, 긴장을 풀고 솔직하게 행동할 수 있는 분위기까지 만들어지지는 않습니다. ‘안정감’을 위한 해법을 ‘안전감’에 적용하면, 정작 바꾸고자 했던 핵심 문제는 그대로 남게 됩니다.

심리적 안전감: 심리적 안정감으로 오해하지 마세요
안정과 안전 비교

우리 회사에 필요한 처방은 안전함일까, 안정감일까?

심리적 ‘안전감’과 ‘안정감’. 말은 비슷하지만, 목표하는 바는 전혀 다릅니다. 그 차이를 놓치면 해결하려던 문제와는 전혀 다른 곳에 힘을 쏟게 되죠. 지금 우리 조직에 필요한 건, 마음을 진정시키는 안정감일까요? 아니면, 말해도 괜찮다는 믿음을 만들어줄 안전감일까요?

이 둘을 구분하지 못하면, 무엇을 바꾸려는지도 모른 채 겉돌기만 하는 시도에 머물 수 있습니다. 비슷해 보이는 두 개념의 차이를 짚는 일, 변화의 방향을 다시 잡는 출발점일 수 있습니다.

Editor
퍼플식스 스튜디오 박진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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