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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달 오피스 공간, 일, 사람, 문화에 관한 퍼플식스의 인사이트를 전달드립니다.
많은 분들이 잘 알고 계시듯이 오픈 플랜 오피스 레이아웃은, 소통을 증진시키기 위한 대표적인 솔루션입니다. 그러나 과도하게 개방된 환경에서는 구성원들이 신경써야 할 사회적 및 환경적 자극이 너무 많아져, 오히려 인지적 부담이 증가할 수 있습니다. 이로 인해 소통이 줄어들고 조직의 생산성이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도 존재합니다.
건축가 크리스토퍼 알렉산더는 그의 저서 「패턴 랭귀지」에서 구획이 전혀 없는 공간과 홀로 고립된 공간이 모두 친밀한 사회적 관계가 발전하기 어려운 환경임을 강조합니다. 그는 친밀하다 할 수 있는 사회적 관계는 어느 정도의 영역성이 있는 공간 안에서 소규모의 상호작용이 이루어질 때 더욱 잘 형성된다고 설명합니다.
주변에 도움이 되는 피드백을 주고받을 수 있는 동료가 있다는 것은 회사 생활에서 매우 큰 도움이 됩니다. 상대방에게 진정으로 도움이 되는 피드백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먼저 서로의 일에 대한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또한, 각자가 선호하는 소통 스타일을 이해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가깝고 친밀한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오피스 공간은 많은 사람들의 눈치를 보아야 하며 주의가 분산되는 오픈 공간보다는, 소규모로 모일 수 있는 영역성 있는 공간이 더욱 적합하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결국 우리만의 아지트(Agit)가 필요하다고 할 수 있겠네요.
친밀감을 바탕으로 더욱 자유롭고 밀접하게 협업하는 공간인 아지트의 효과를 아주 빠르게 파악하고, 이미 오피스에 적용한 기업이 있습니다. 바로 구글입니다. 구글의 가장 최신 오피스인 베이 뷰 캠퍼스(Bay View Campus. 2022)와 세인트 존스 터미널 오피스(St. John’s Terminal Office. 2024) 두 곳 모두에서, 보다 밀접하게 일하는 소규모 조직을 위한 팀 전용 업무 공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구글 부동산/사무공간지원 그룹(Google Real Estate and Workplace Services Group) UX팀의 자체 리서치에 따르면, 구글 직원들은 4-8명 규모의 팀에서 가장 행복하고 생산적으로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러한 인사이트를 바탕으로 구글은 베이 뷰 캠퍼스의 일반업무층에 홈베이스(Home Base)라는 이름의 그룹 협업 공간을 마련했습니다. 이동 동선은 다른 팀의 홈베이스에 간섭하지 않도록 설계되어, 홈베이스에서의 팀 내 업무 몰입을 더욱 촉진하고 있습니다.
이 홈베이스에서는 주로 협업 하는 구성원들끼리 모여, 각자 집중할 땐 집중하고, 함께 떠들 땐 떠드는 등 원하는 방식대로 일할 수 있습니다. 마치 동아리 방이나 동네 친구들의 아지트 같은 느낌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요. 이런 업무 환경에서 친밀감을 바탕으로 일할 때, 서로에게 유익한 피드백이 오가기 좋고, 결과적으로 혁신의 일어날 확률도 높일 수 있겠죠.
2024년 오픈한 뉴욕의 세인트 존스 터미널 오피스는 클로즈-니트 팀(Close-knit Team)을 주요 컨셉으로 삼아 디자인되었습니다. 특히, 구글은 직원들이 책상만이 행렬에 맞춰 배열되어 있는 오피스(Sea of desks)에서 일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모색했다고 합니다.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탄생한 솔루션이 바로 팀 단위 좌석 영역인 네이버후드(Neighborhood)입니다. 이 공간은 담당 업무나 직급에 따라 개인에게 좌석을 할당하는 대신, 팀의 영역을 하나의 동네(Neighborhood)라는 모듈로 설정하고, 그 안에서 좌석 운용을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하여 팀 내 긴밀하고 원활한 협업을 유도합니다. 네이버후드는 팀 전용 업무 좌석뿐만 아니라 회의실, 공용 테이블, 부스 등이 있어 팀의 다양한 협업 활동을 지원할 수 있도록 계획되었습니다.
그렇다면 구성원 간의 친밀감을 증진시키기 위해 오피스에서 그룹 아지트를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그룹 또는 팀이 공간을 점유하면서 보다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벽 또는 가벽으로 공간을 구획하여 일정 수준의 영역성을 제공하는 있는 세 개의 아지트 Agit-A, Agit-B, Agit-C가 보입니다. 이 세 개의 아지트는 각각의 내부 구성도 주로 이루어지는 활동에 따라 다르게 설계되어 있습니다.
저희가 두 번째로 살펴볼 구성원 사이의 친밀감을 높이는 오피스 구축 방법은 직급간 심리적 부담을 줄이는 대화 공간을 조성하는 것입니다. AI 시대에는 실무진뿐만 아니라 리더와 실무 담당 구성원 간의 관계도 더욱 깊어져야 합니다. AI의 발전으로 일의 복잡성과 난이도가 증가함에 따라, 업무 진행 상황과 어려운 점을 파악하기 위한 구성원과 리더 간의 진솔하고 면밀한 소통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습니다. 이러한 소통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변화를 시작한 기업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많은 기업들이 소통하는 리더를 지향하며 임원실과 팀장석을 오픈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리더의 전용 공간을 아예 없애거나, 오픈 리더 좌석을 만들어 구성원들과의 물리적 접촉을 증가시키는 방법이 사용됐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부족한 점이 있습니다. 리더가 주인으로 자리 잡은 공간은 아무리 물리적 경계를 없애도 심리적으로 부담을 주는 공간으로 남아 있습니다. 실제로 오히려 오픈 임원석 앞의 업무 좌석이 항상 비어 있거나, 해당 좌석을 이용하는 구성원 사이의 스몰토크가 줄어드는 등의 역효과를 경험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는 누구의 잘못도 아닙니다. 리더가 주인임이 여전히 분명한 리더의 점유 공간은 아무리 물리적 경계를 지워도 심리적으로 부담을 주는 공간이기 때문입니다. 누군가가 점유하고 있는 영역은 자연스럽게 침범과 방어의 개념이 생깁니다. 보고하러 갈 때에도, 코칭을 받으러 갈 때에도, 구성원은 리더의 영역을 침범하게 됩니다. 특히 한국과 같이 수직적 위계가 강하고 심리적 안전감*이 부족한 조직 문화에서는 리더의 영역을 감히 침범하는 구성원이 심리적으로 부담을 느끼게 되는 것은 불가피합니다. 이러한 긴장감이 존재하는 공간에서는 편안하고 진솔한 소통이 이루어지기 어렵습니다.
*심리적 안전감(Psychological Safety): 미국의 리더십, 팀 구성, 조직 학습 분야 학자인 에이미 에드먼슨(Amy C. Edmonson)박사에 의하여 처음 소개된 개념으로, 부정적인 결과에 대한 두려움 없이 위험을 감수하고, 자신의 생각과 우려를 표현하고, 질문을 하고, 실수를 인정해도 괜찮다는 팀원들 사이의 공유된 믿음을 의미합니다.
특히 한국에서는 심리적 부담감이 매우 높습니다. The Culture Factor Group의 연구를 살펴보면, 세계 주요 국가들의 권력 거리(Power Distance), 불확실성 회피(Uncertainty Avoidance), 충동성(Indulgence)을 수치화하여 비교할 수 있습니다. 비교적 선진적인 기업 및 조직 문화와 사회 문화를 가진 미국이나 스웨덴과 한국의 이러한 수치를 함께 살펴보면, 한국이 여전히 개인적인 감정이나 생각을 숨기는 문화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자료에 의하면 한국은 직급 간 자유로운 발언이 어려운 문화로, 도전보다는 안전을 선호하며, 권력의 불평등을 비교적 잘 받아들이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앞으로 이러한 상황이 개선되기를 기대하지만, 당장 리더의 점유 공간을 변화시키는 것만으로는 리더와 구성원 간의 소통에서 친밀감이나 심리적 안전감을 충분히 증진시키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럼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요? 구성원과의 자연스러운 소통을 위해 실리콘밸리의 리더들이 활용하는 대화 방식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바로 산책 회의(Walking Meeting)입니다. 구성원들과 진솔한 대화를 나누고자 할 때, 복도나 식당, 회사 주변의 산책로와 같은 중립적인 공간을 활용하는 것입니다. 점유 공간이 아닌 공용 공간에서는 각자의 역할에서 잠시 벗어나 사람 대 사람으로 대화하기가 상대적으로 쉬워집니다.
오피스 내부에도 이러한 중립 공간들이 존재합니다. 예를 들어, 통로 공간이나 라운지와 같은 지원 공간, 그리고 회의실 등이 있습니다. 리더의 점유 공간을 변화시키기보다는 이러한 공용 공간에서 리더와 구성원이 편안하게 상호작용을 주고받도록 계획하는 것이, 리더와 구성원 간의 친밀감을 높이고 소통의 질을 향상시키는 보다 효과적인 솔루션이 될 수 있습니다.
지금부터는 다양한 중립 공간 솔루션을 통해 리더와 구성원 사이의 친밀감을 높이는 오피스를 만드는 방법들을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구성원과 리더의 이동 동선이 다양한 지점에서 교차하도록 통로 공간을 계획하면, 보고와 같은 특정 상황이 아닌 평소에도 리더와 구성원 간의 접촉이 빈번하게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이로 인해 자연스러운 스몰토크가 가능해질 것입니다.
회의실은 보다 캐주얼한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 CMF 요소를 추가하여 디자인할 수 있으며, 좌석 배치에서 우러러보거나 내려다보는 시선 쏠림이 발생하지 않도록 계획함으로써 공간 내 권력의 시지각화를 방지할 수 있습니다. 이는 리더와 구성원 간의 권력 거리를 좁히는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또한 리더와 구성원의 코칭 공간을 여러 유형으로 조성하여, 나누는 이야기의 중요도에 맞는 환경을 직접 선택할 수 있게 함으로써 소통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습니다.
기술은 우리의 일상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오고 있으며, 오피스 트렌드 또한 이러한 기술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변화의 본질을 자세히 살펴보면, 언제나 그 중심에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공간은 기술 자체에 맞춰 진화하는 것이 아니라, 그 기술을 사용하는 사람들에 맞춰 발전합니다.
퍼플식스 스튜디오는 오랜 시간 동안 오피스에 대해 연구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이러한 사실을 깊이 이해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저희는 일하는 사람들의 관점에서 오피스와 관련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지속적으로 전개해나갈 것이며, 그들을 위한 최적의 일하는 공간을 만들어 나갈 것입니다. 저희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주시는 여러분들과도 함께 고민을 나누고 해결책을 모색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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